이전부터 마케팅을 담당해 왔던 마케터들은 최근의 마케팅 환경에 대해 적지 않게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변화된 마케팅 환경에 맞게 마케팅 활동 또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디지털이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마케팅 재원의 일부를 그 쪽으로 할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이나 소셜 미디어 등의 등장이 마케팅 환경이나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그러한 환경에서는 어떻게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 할까 여전히 그 답을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마케팅 환경의 변화에 따른 브랜드 마케팅의 방향성을 하나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브랜드의 사회적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전과 달리 소비자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기업이 만든 소셜 마케팅 웹사이트 등 개인화된 채널을 통해 브랜드,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고 또 공감을 형성하게 되면 집단화된 관여와 참여(Community Engagement)가 일어나게 되고 이는 해당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동서식품 대장균 시리얼 사건을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의 소비자 활동들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브랜드 혹은 특정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단지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단시간 내에 사회적 이슈가 된다. 기업의 대응 방법은 어떠한가? 과거에는 그러한 이슈에 대해 진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대응하거나 더 이상 이슈가 퍼져나가지 않게 차단하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관리했을 것이다. 이제는 후자는 기업의 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더 이상 아니다. 단 한 명의 소비자가 수천, 수만, 수백만의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등 온라인, 모바일의 소셜 미디어가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오프라인 매장에서건 모바일 기기로건, 기업이 전달한 컨텐츠건 구전이건, 혹은 다른 형태의 고객경험을 통해서건, 고객과 브랜드, 그리고 소비자들간에 그들이 만나는 매 순간 상호 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사회적 본성(Social Nature of Brand)이다. 디지털과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기 전후의 브랜드의 역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을 비교해 보면 브랜드의 사회적 본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즉 이전에 기업의 보호아래 기업이 주도하는 커뮤니케이션에만 참여했던 브랜드가 이제 사회로 나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소비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그들의 관심거리이자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브랜드는 사회적 존재로써 사람의 삶과 유사한 형태의 삶을 살아 가고 있다.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 본다면, 브랜드는 이제 막 대학을 거쳐 사회로 나온 그런 단계일 것이다. 브랜드는 본시 사회적 본성을 가지고 있었고 소셜 미디어가 그 본성을 일깨워 준 것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의 브랜드를 인간의 사회생활과 빗대어 생각해 보면 브랜드의 지향 방향을 좀 더 용이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는 관계에 의해 만들어 진다.
이처럼 이제 브랜드가 접하는 마케팅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에 마케터들은 이러한 변화를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사회 생활도 그렇듯이 일방적으로 잘났다고 떠드는 것은 더 이상 사회생활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즉 일방향적 메시지나 브랜드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이미지는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한다. 다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그런 포지셔닝을 구축하기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브랜드의 가치도 사회생활 속에서 결정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브랜드 그 자체의 가치, 브랜드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브랜드의 사회적 역할 등 다양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가치 역시 그 브랜드가 사회 활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과 만들어낸 관계(Relationship)의 의해 결정된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된 관계 속에서 살아가듯이, 브랜드가 사회와 만들어 가는 관계는, 브랜드와 소비자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간의 사회적 연결고리를 어떻게 만들어내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집단적 관여와 참여를 하기 있어서 브랜드와 직접 접촉이 없다고 하더라도 브랜드에 대한 수많은 대화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 접촉에서부터 수백만 명에게 도달하는 메시지에 이르기 까지 이러한 관계, 연결고리를 관리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브랜드를 통한 마케팅의 기본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이러한 과제를 잘 수행한다면, 브랜드는 단순히 거래에 기초한 관계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그들과 감성을 교류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공감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사실은 수십 년 동안 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이 이를 위한 방법을 제시해 왔으나, 어쩌면 이제 드디어 소비자들과 진정한 관계를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인터넷, 디지털과 소셜 미디어가 이를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환경 역시 과거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가 살아가는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에, 브랜드가 상호 작용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인 소비자들이 브랜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갖는 기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인식 기준, 그리고 그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얻고자 하는 가치 등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기존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디지털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들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촉하고 구입할 수 있는 채널 또한 다양해 졌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채널은 많아졌으나 소비자에게 전달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손쉽게 브랜드를 스위치 한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브랜드 로열티(Loyalty), 즉 소비자들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해 주고 있다.
사회적 본성을 가진 브랜드의 마케팅에는 Brand Loyalty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소비자들과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브랜드 로열티는 브랜드를 그들의 인식 속에 깊이 자리잡게 하기 때문에 스스로 그 브랜드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브랜드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게 만든다. 인간의 사고는 사회적이어서 인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깊이 영향을 받는다. BMW, Burberry, Coca-cola, Nike, Starbucks 등의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그 동안 소비자들과 여러 가지 상호 작용을 통해 소비자들과 가치를 교환하고 강한 유대감과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공감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노력해 왔다. 1930년대부터 사회 심리학자들은,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행동경제학자들도 소비자와 브랜드의 상호 작용이 그들간에 강한 감성적 그리고 인지적 요소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증명하였다.
최근에는 더 많은 사회심리학자들과 마케팅 연구자들이 사회적 규범과 구매의사결정간의 연결고리를 규명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사회적 활동인 커뮤니티(Community)는, 단순히 거래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 상호 영향을 주고, 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진정한 관계를 가지려는 의지를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그들이 아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들 또한 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뇌과학 연구에서는 사회적 영향이나 어떤 실마리가 두뇌의 정보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나면 선호 자체를 바꾸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사람들보다는 그들이 소속된 팀이나 커뮤니티에 소속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브랜드가 사회적 특성을 갖게 됨에 따라, Brand Loyalty는 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우선 시 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브랜드 로열티는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관계이며, 소비자의 삶에서 브랜드를 접촉하는 매 순간이 소비자와 브랜드간 관계를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그 중에서 사회적 정서를 공유하게 하는 순간들은 그런 관계를 강화하는데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가치를 공유하면 보다 장기적이고 결실있는 관계를 구축하게 한다.
그렇다면 관계 중심 마케팅으로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까? 진정성, 신뢰, 다면적인 접촉 등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와 진정한 관계를 갖도록 노력해 왔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은 확실히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마케팅은 대부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들에게는 그런 방법에 익숙하고 그런 마케팅이 훨씬 용이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가 사회적 본성이 뚜렷해 진 만큼 브랜드의 사회적 참여는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브랜드의 사회적 참여는 마케팅의 노력과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될 수 있고 관계를 맺고자 하는 소비자나 고객(Engaging customer)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일지 모른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장기적이고 상호 보람있는 관계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그들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함께 해결해 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와 임직원들이 가진 가치와 이상을 밀접하게 묶어주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제공할 것이고, 이러한 브랜드를 접하는 다양한 경험이, 그리고 다른 브랜드와 차이를 만들어 내는 몇몇 순간들이, 브랜드와 소비자들간 밀착된 관계를 창조하는 사회적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의 사회 생활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보다 전체적인 관점으로 마케팅에 접근하도록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통합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마케팅 환경에서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상호 공감하게 되면, 브랜드는 이들과 장기적, 다면적 그리고 결실이 있는 관계를 구축해 갈 수 있게 하는 매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