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본인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이전이나 이후에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살펴본다. 이러한 습성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심리를 동료압박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심리의 기본적인 배경은 우리 모두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 혹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날 기업이나 마케터들은, 이러한 사회성을 가진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심리인 동료압박과 이에 담긴 강력한 유혹의 힘들을,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료압박(Peer Pressure)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한다. 실제 실험 결과에 의하면, 자신이 원해서 결정하는 사람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을 따라간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뭘 사는지, 뭘 원하는지 살펴보고(Peeping) 자신의 결정을 내린다. 다른 사람이 사는 것을 사지 못하면 소외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작동한다.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하는 i-Phone을 갖고 있지 않다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고, 사기 힘들다고 하니 꼬꼬면은 꼭 한번 사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이 모두가 동료 압박의 일환이다. 특히 소비자의 열망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고량이 줄어들면 그 열망과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희귀하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그것을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홈쇼핑이나 옥션의 입찰에서 마감되기 직전 전화기를 들어 주문을 하거나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도 역시 동료압박 심리를 이용한 그들의 마케팅에 넘어간 것인지도 모른다.
한 미국 조사 기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61%가 새로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전에 온라인 리뷰나 블로그, 그리고 다른 소비자들의 온라인 후기를 먼저 읽어 본다고 한다. 사람들은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먼저 둘러본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구매 선택이 얼마나 강력하게 우리의 선택 결정에 영향을 주는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읽었다고 하니 관심을 갖고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사회적 이슈를 모르는 교양이 없는 사람이 될 것 같고 사람들의 대화에 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압박이 작용하는 것이다. 아마존, 교보 등 서점들은 이 책은 산 사람들은 이런 책도 구입했다고 관련 서적을 사도록 압박한다.
최근 우리생활을 바꾸어 놓고 있는 SNS도 이러한 심리에 적용된다. SNS가 어떻게 전 세계가 열광하는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SNS는 말 그대로 Social Network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연결성을 갖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압박을 주고 있다. SNS에서 포스팅하고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지금까지와 달리 어쩌면 급속도로 변해가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다양한 서비스와 컨텐츠 영역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지식이나 존재 그리고 생각이 하찮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SNS에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될 것 같고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SNS가 존재하기 이전과 달리 새롭게 나타난 두려움이다. 이것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의 이용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유인지 모른다. 이제 SNS는 이러한 역학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삶의 현장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동료압박이라는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마케팅에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테크닉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여 사람들간 의사소통의 수단이 다양해짐에 따라 동료압박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동료 압박은 알게 모르게 마케팅의 곳곳에 응용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그러한 심리 작용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이를 이용한 얼마나 많은 방법들이 존재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우리 스스로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갈 우리 자신과 그 속에서 전개될 우리의 마케팅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