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내구재 등의 복잡한 상품은 직관에 의해 단순한 의사 결정을 하고 소비재 등의 간단한 상품은 신중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제품 선택에 있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구입 전 너무 많은 정보를 찾게 되면 그 정보가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자동차 등 복잡한 상품의 캠페인은 구매해야 할 이유를 간단 명료하게 제시하는 단순한 메시지, 오히려 FMCG 등 단순한 상품은 제품의 특성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캠페인 메시지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값비싼 자동차나 가전 제품을 살 때, 치약이나 세제 등을 살 때 보다 심사숙고를 통해 신중한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는 명백하고 합리적인 진실처럼 보이지만 신경과학과 행동연구에 따르면, 간단한 의사결정은 숙고해서 결정할 때 결과가 더 좋고 복잡한 의사결정은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 결과가 더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의사 결정에 대한 한 실험에서 네 가지 모델의 자동차에 대해, 한 그룹은 네 가지 속성을 제공하고 다른 그룹은 12가지 속성의 정보를 제공하고 평가를 진행했는데, 첫 번째 그룹은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을 때 품질이 더 뛰어난 자동차를 선택했고 주의가 산만하여 숙고하지 못했을 때는 품질이 뛰어난 자동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반면 12개의 속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은 두 번째 그룹은 주의가 산만하여 숙고하지 못한 그룹이 숙고하여 결정에 집중했던 그룹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했다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부자는 푼돈을 아낄 줄 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큰 돈을 쓸 때는 그 만큼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깊이 숙고할 필요가 없지만 작은 돈은 사소하게 생각되어 함부로 돈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다른 실험에서는 간단한 상품인 중저가 의류를 파는 상점과 복잡한 상품인 가구를 파는 이케아를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 결정에 대한 만족도를 설문조사 했다. 그 결과 간단한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숙고하여 결정을 내릴 때 행복한 반응을 보인 반면 더 복잡한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의 경우 숙고한 의사결정에 대해 오히려 만족해 하지 못했다. 오히려 의식적 사고를 적게 하고 직관적으로 결정했을 때 자신의 결정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간단한 의사결정은 의식적으로 심사숙고하고 복잡한 의사결정은 의식적이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잠재의식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 결과에 따르면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너무 많은 정보를 찾아보게 되면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때에도 많은 정보를 통해 자신이 구입한 제품의 결점, 비교했던 경쟁 제품의 장점도 속속들이 알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소한 불만이 생겨도 경쟁 제품의 장점과 비교하게 되어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한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등과 같은 복잡한 상품, 즉 내구재를 효과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당신이 구입해야 할 간단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양이나 특징은 고객이 알 수 있게 하되 새로운 특징을 다양하게 소개하거나 늘어놓지 않는 것이 좋다. 자동차의 경우 가장 간단한 이유로는 ‘미국 자동차 전문기관인 J. D. Power 선정 품질 만족도 1위’보다 더 명백한 기준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보다 더 간단한 접근은 감성에 호소하는 소비자의 독특한 감성에 호소하여 ‘for me’라는 관련성을 강화하는 것일 것이다. 반면에 치약, 아이스크림 등과 같은 간단한 상품은 상품의 특성을 다양하게 제시하여 Appeal할 필요가 있다. 이것 저것 따져보는 의식적 의사 결정에 보다 만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한 제품에 대해서는 구매 후에 비교한 정보를 다시 상기하며 이전의 의사결정에 대해 깊이 재고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케팅 캠페인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그 방향성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마케팅 캠페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제품에 대한 정해진 방향을 지시하여 소비자를 안내하는 것일 뿐이지 고객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것 또한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