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브랜드는 주목을 받아왔고 뭔가 있어 보이고 어딘가 모르게 강력한 파워를 지닌 것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란한 패키지와 일방향적이고 한방을 노리는 마케팅 캠페인의 이면에는 뭔가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이제 기업과 사회가 보다 투명해져 감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마케팅의 이면에 뭔가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시작했고 기업이 전달하는 마케팅 메시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점점 약해지고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그들을 조정하려는 브랜드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그들에게 브랜드가 좀 더 솔직하고 마음을 열어주기를 원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혁신적인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지각하는 방식이 변경되었음을 인식하고 전적으로 그들을 재발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마케터들은 전통적인 광고 중심의 ATL에서 벗어나서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채널로 옮겨가고 있다. 브랜드 육성은 마케팅 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전사적으로 참여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접촉과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기업이나 마케터들은 브랜드를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신 브랜드가 진화하는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세계를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에 대한 모든 것을 숨김없이 솔직히 Open하는 개방성(Openness)과 신뢰(Trust)가 필요하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약속을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신뢰는 브랜드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실제로 신뢰를 잃어버리는 브랜드들이 많다. Young & Rubicam의 연구에 따르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1977년 52%에서 2008년에는 22%로 하락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브랜드 신뢰는 어떻게 생겨나게 할 수 있을까? 브랜드 신뢰란 전달된 브랜드 약속(Promise)을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브랜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가 왜 대단한지를 이야기 하는 것 보다는 그들과 관련성이 높은 Contents(Relevant Contents)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Openness가 필요하다. 즉 브랜드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정직하게 다가가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직원들도 또한 소비자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감추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비밀을 더 이상 감춰주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우리 회사만의 충성스러운 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의 대상이 되는 소비자들에게만 멋진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인습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나 내부 직원들, 누구에게나 떳떳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직원들과 소비자들을 신뢰하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고 회사 역시 직원들을 신뢰하면, 그들로부터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흘러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정직한 문화가 조직의 벽을 허물고 브랜드를 고객과 연결시켜 준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소비자들을 신뢰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그들의 신뢰를 얻게 되면 그들은 긍정적인 이야기로 브랜드와 다른 소비자를 연결해 준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만 의존하지 말고 브랜드 육성에 전사가 참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특히 다음 다섯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한다.
1. Contents not communication : 고객과 관계를 맺고 싶다면 무엇을 고객에게 전달할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는 매력적이고, PR은 영향력이 있고 디자인은 고양된 감성을 전달해 주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그러한 수단이 아니라 전달하려고 하는 Contents인 것이다. 미디어가 보다 분화되고 발달할수록,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보다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러한 전달의 수단보다는, 브랜드가 전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가 될 것이다.
2. Mind your language : 브랜딩으로 전달하고 표현하려는 것, 특히 과장된 표현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디어의 발달과 SNS, Blog 등의 발달로 인해 넘칠 정도로 많은 표현들을 전달받고 이를 상호 평가하는 것에 익숙해 있고 모두 창의적인 소비자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브랜드가 설득하려고 전달하는 표현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점차 소비자들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겉만 봐도 실체를 알 수 있을 만큼 스마트해 질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메시지로 전달하는 겉치레보다는 진정성과 투명성으로 진솔하게 다가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3. Let go : 브랜드는 이제 브랜드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조정(Control)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는 이제 시장과 소비자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관리되는 것이다. 지금껏 브랜드에 관련된 모든 것은 브랜드 담당자나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기획되고 제한된 틀 안에서 시행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창조되어야 한다.
4. Open Up : 이제 브랜드는 다른 사람들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도록 Open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 브랜드 매니저의 전문성이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흡수하고 그리고 함께 나누는 것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과정은 리서치를 통해 행해왔으나, 앞으로는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고 브랜드가 전달할 무엇인가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소비자와 함께 창조해가는(Co-creation) 문화가 필요한데, 결국 소비자들과 적극적인 소통과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것이다.
5. Just do it : Open source에서의 경험(practice)으로부터 배워라. 브랜딩의 새로운 접근방법이라고 해서 모든 절차와 방식을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도해 보라는 것이다. 우리 조직 문화와 전략이 어떻게 고객과 가장 잘 연계될 수 있는지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브랜딩의 세계는 빨리 변화한다. 과거에는 브랜드 관리자는 구조화되고 아마도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 살았지만 이제 그들이 힘을 잃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브랜딩의 새로운 세계는 브랜드에게는 매우 자유로운 세계이다. 하지만 브랜드 메니저들은 많은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며, 어느 하나 쉽게 찾아지는 솔루션이 없을지도 모른다.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는 의지와 통찰력을 요구하는 하나의 기술이다. 하지만 우리 브랜드가 확보해야 하는 위상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있다면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그러한 위상을 확보하고 지켜갈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그림이 있으면 브랜드 육성 과정도 쉬워진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브랜드는 어떤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옮겨가야 하지만, 지향하는 브랜드 위상의 틀 안에서 다양한 실험과 탐구를 통해 나아가 할 길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자유가 브랜드에 Dynamism을 주입해 주는 잠재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에,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