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4. 지속가능한 혁신모델이 국내 시장에 주는 시사점
: 소비자의 정신적 가치에 호소하는 이성적 접근법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기업과 마케터의 현명한 대처 방법의 마지막 이슈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방안으로 논해왔던 혁신사례들 중 국내 시장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논해보고자 한다. 현재, 기업과 마케터는 파괴적 혁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별다른 성찰 없이 이 용어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파괴적 혁신을 위해 기업과 마케터가 실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파괴적 혁신을 위해 마케터는 절대적으로 기존의 주류시장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시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혁신사례들은 현재의 시장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의 화두는 기업의 진정성과 신뢰이다. 기업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영혼을 가진 기업으로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가치사슬 상에서 혁신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이슈에서는 가치사슬 상의 원자재, 유통 채널, 판매 등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려고 한다. 소비 사회가 성숙해질수록 소비자들 실체 없는 감성 소구에 맹목적으로 찬사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훨씬 더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기업은 지속 가능성의 실천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제품생산자책임 원리 실천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상생을 모색하는 방안: 사회적/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
이제 대기업들의 CSR 활동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연탄배달, 김장 김치 및 쌀 배달, 집짓기, 불우 아동 멘토…” 그럼, 이것은 어느 기업의 CSR 활동일까? 아마도 모든 기업이 일반적으로 하는 CSR 활동 목록일 것이다. CSR 활동을 통해 진정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이윤 증대 등을 기대한다면, 자사 사업과의 관련성 있는 CSR 활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사 사업과의 관련성 차원에서 사회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전략적 CSR 활동의 진화 방향성이 아닐까 싶다. 이와 관련하여, 대형 유통 채널에서의 동반 성장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대형 유통 채널에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제품 발굴 및 판매 전략 지원 방안
어느 날부터 대형 할인 마트에 갈 때면, PB 상품의 끝은 어디일까, 다음에는 어느 품목에서 PB 상품이 나올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PB 상품으로 가격의 거품을 없애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할지는 모르지만, 결국 중소기업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접점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만약 대형 할인 마트 내에서 중소기업 브랜드를 위한 팝업 스토어 코너를 상시적으로 운영한다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첫째, 소비자에게 개념 있는 기업으로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대형 유통 업체들에게 이러한 개념이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진정한 강소기업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역할이야말로 막강한 유통 채널을 활용한 개념 있는 실천이 아닐까 싶다. 또한 중소기업들에게 유통 마진을 대기업과 차등적으로 적용한다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좋은 실천 사례가 될 것이다. 명확한 근거와 기준을 공표한다면,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소비자가 중소기업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는 낯선 브랜드, 규모가 작은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는데 갈등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브랜드에 부가가치를 지출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구입 후의 지각된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만일, 대형 유통 업체들이 중소기업 브랜드 판매에 보증 역할을 한다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많은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셋째, 엄격한 관리 기준 마련으로 품질 좋은 품목 수급이 용이해지지 않을까?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하는 PB 상품에 대해서 잊을 만하면 한번씩 기사화되는 것이 안전성 문제이다. PB 상품 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가 부각될수록 업체는 전반적으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협력업체의 관리 기준을 정교화하여 품질 좋은 다양한 제품 공급망을 확대해 가는 것이 어떨까? 대형 유통 업체들의 미래 신사업에 대한 고민이 점차 많아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더 이상 채널의 양적인 증가에 따른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 대형유통업체는,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 쉽게 볼 수 없었던 제품(ex: 특산품) 혹은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ex: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례 1. 롯데마트 중소기업과의 해외 동반진출]
롯데마트는 최근 우수 중소기업 해외 동반진출 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의 여건상 독자적인 해외 판로개척에는 애로사항이 많다. 롯데마트는 해외 점포망을 통해 중소기업 진출 지원 및 '상품박람회', '한국물산전' 등의 개최를 통해 우수 중소기업 상품 발굴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동반성장 사이트를 운영하며 중소기업과의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성장 없이는 대기업 및 국가 성장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자사의 유통 채널 특성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진화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영세 농가 및 벤처 기업 차원에서의 유통 채널 혁신
"지역 조합을 형성하여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는 방안"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벤처 기업 역시 미래 성장을 위해서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성을 고려해 봐야 한다. 사회적 기여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을 위해서, 오히려 지방자치단체 및 벤처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필자가 마트에서 쌀을 구입하려고 매대 앞에 섰을 때, 너무나 많은 브랜드를 대하게 되어 한동안 무엇을 사야 할지 당황한 적이 있었다. 결국 원산지와 용량을 기준으로 샀기 때문에, 나에게 브랜드들은 어떤 차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최근 명품화 쌀 브랜드 출시를 통해 지역 쌀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우선적으로는 기존 난립하고 있던 브랜드들의 통합과 정리를 통해 쌀 브랜드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농수산품은 국민의 생존 기반이기 때문에, FTA 등을 통해 점차 위협 받는 농가 경쟁력에 대해서 이제는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기 보다 기업들의 노하우와 전략을 활용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런 측면에서 고전적 사례이지만 협동조합 브랜드의 효시인 썬키스트는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브랜드 육성을 위해 다시 한번 고려해 볼만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사례 2. 연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협동 조합 브랜드 효시, 썬키스트]
■ 썬키스트 설립 배경
당시, 계획성 없는 유통 시스템, 비도덕적인 대리업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 등으로 재배업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되어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썬키스트를 만들었다. 현재, 썬키스트는 비영리 마케팅 조합으로서 미국 캘리포니아와 아리조나주의 감귤 재배업체들로 이루어진 조합멤버들이 소유하고 있다.
■ 썬키스트 브랜드 관리
연합회 소속 검사관이 선과장 및 도•소매업체를 직접 모니터링하고, 재배관리 태만 등 다른 조합원에게 손실을 주면 제명하며, 수확작업은 선과장에서 전문 담당자를 파견해 진행하고, 조합원이 전속 출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제명하는 등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썬키스트 브랜드를 관리함으로써, 최고급 오렌지의 대명사로 입지를 구축했다.
■ 썬키스트 브랜드 육성 효과
소비자는 썬키스트 브랜드의 최고 품질과 만족스러운 맛을 신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배업체들은, 조합을 통해 세계 시장을 개발하고 브랜드명을 판촉하며 글로벌 운송 시스템 활용하며 연구 능력을 포괄적으로 개발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정부 협력을 취득하는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그 결과, 연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되었고 대다수의 수익금은 조합멤버인 농가에게 분배되어 지속적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지역자치단체들은,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양산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상품 및 품질 관리 등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소비자의 정신적 가치에 소구하는 판매 전략
"성숙한 소비를 위한 합리적인 구매 준거를 제안하는 방안"
풍요의 자본주의 시대에서 모든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가치, 이미지에 소구하는 감성적인 메시지 전달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점차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열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그 기업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의식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양상으로 변화되었다.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 내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결국 인간은 이기적 존재로 공감을 형성하기 어렵다. 이슈는 될 테지만, 매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하지만, 착한 소비의 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설득 메시지에 소비자가 공감을 형성하기 시작할 경우, 나타날 파급효과 사례를 확인한다면, 이것이 매출 효과 차원에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례 3. ‘착한 소비’ 창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탐스 슈즈]
탐스슈즈는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2006년 창립하였고, 창립 의도는 맨발로 다니는 어린아이들을 돕는 취지로,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현재 3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 중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공익 마케팅 활동 – '일대일 기부공식(One for one)'
탐스슈즈는 자사만의 철학으로 공익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다.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일대일 기부공식은 정기적인 '슈 드랍(shoe drop)'행사를 통해 실천되고 있다. 초창기 광고조차 제작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이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을까? 편한 착용감, 헐리우드 스타의 아이템 등으로 인식되면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지만, 결국 시작은 착한 소비에 대한 소비자 공감대 형성이 성장의 진원지가 되었을 것이다.
마무리를 하면서
필자는 컨설턴트로서, 실무를 하는 마케터들에 비해 보다 객관적으로 시장, 소비자, 기업의 입장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이상 혁신이라는 말이 새롭지 않고 오히려 진부하게 들리는 현 시점에서, 기업과 마케터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회가 불확실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더욱 기업들로부터 우리를 이끌어 줄 진정한 리더십, 진정한 혁신을 기대한다.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이 진화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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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bit consulting 책임 컨설턴트 허 연 주
E-mail: yj-heo@consulting-bi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