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는 자본주의 몰락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자본주의 상징이었던 월가에서의 반자본주의 시위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012년 새해, 일부 대기업들은 최대 실적을 보고하며 장밋빛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이 바로 대격변의 시대가 열리기 직전의 태풍전야는 아닐까 싶다. 학계에서는 금융 위기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의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했다고 주장하며, 기업의 공익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신(新)자본주의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전의 글로벌 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도태될 것인가 아니면 생존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인이 될 것인가의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 글로벌 경제가 새롭게 재정의되는 이 시점에 스튜어트 하트 교수의 저서 ‘새로운 자본주의가 온다’와 프라할라드 교수의 저서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 를 통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업과 마케터의 현명한 대처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아래의 4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기업과 마케터의 현명한 대처 방법을 순차적으로 논해보고자 한다.
이슈 1. 진화하고 있는 기업의 역할
: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시대
오늘은 9.11 사태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또 다시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상징인 ‘OO 기업’에 대한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아직까지 배후에 대해서는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2008년 월가 시위 이후 결성된 ‘反 다국적 기업 단체’들의 소행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입니다. 이 회사는 국제 식품 시장을 독점하여 폭리를 취하면서, 빈곤층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는 주범으로 비판 받아왔습니다. 이번 사건이 9.11 사태 20주년에 일어났다는 점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제 사상이나 체재가 다른 국가 대신 글로벌 경제를 장악한 다국적 기업이 테러의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 XX news (가상의 이야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기엔 가상의 이야기가 최근 일련의 사건들의 데자뷰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끝나지 않는 월가 시위, 중소기업의 몰락, 소득 불균형 심화…"
2012년 ‘Public Eye People’s Awards ’의 여섯 개 후보 기업(삼성이 반도체 노동자 산업재해 관련하여 포함됨)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상은 인간과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계 주요 대기업에 수여하는 상이다. 나는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감시에 대해 법이 만들어 놓은 형식 논리로 대응하면서 기업들이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 잠재 위험을 더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역할과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 글로벌 기업의 과제: 사회적 의무에서 비즈니스 기회로
기업은 왜 사회적 이슈를 비즈니스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는가?
첫째, 다국적 기업의 잠재 위험 요소 제거 : 다수가 적대시 할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라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이 잠재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서 소득의 상위 계층만을 소비자로 고려해왔지만, 현재 전 세계인구의 70%인 40억 명의 인구는 최빈곤층이며, 지난 50년 간에 최고 부유층과 최빈곤층 간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런 소득 불평등 문제는 잠재적으로 사회 불안정을 유발할 것이고, 기업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즉,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며, 그 동안 빈곤층의 니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다국적 기업은 다수 빈곤층들이 적대시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최빈곤층의 니즈와 생활 개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다국적 기업의 미래 성장 엔진 발굴 :
환경 및 사회적 이슈를 Value Chain 안에서 해결하라
기업은 환경 및 사회적 이슈에서 새로운 경쟁 우위를 발굴할 수도 있다. 제품수명 주기 관리 차원에서 환경 및 사회적 이슈 고려하면 비용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제품의 혁신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식/음료 제조기업 네슬레는 원료 수급 차원에서 원자재 직거래 방식을 도입하여 농가 소득을 증대시켜 왔고, 또한 기술지도 및 농작물의 품질 개선 노력을 통해 품질 높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등 네슬레와 농가는 원-원 관계를 실현했다. 볼보사는 공해예방 차원에서 제품 디자인 및 품질 개선을 고려하여 엔진 냉각을 하는 동시에 대기를 정화시키는 자동차 라디에이터를 개발했다.
셋째, 다국적 기업의 잠재 시장 발굴 : BoP 시장에 주목하라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 시장 내에서 기업들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서 전세계 인구의 70%, 경제규모 5조 달러에 달하는 신흥시장인 BoP(Base of the Pyramid) 소비자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그 동안 소비자로서 관심을 받지 못한 세분시장이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에 주목하고, 그들을 위한 제품 혁신에 주력한다면, 향후 잠재력이 큰 BoP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 확보가 가능하고 성장의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유니레버 사의 글로벌 총매출의 20% 이상을 BoP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BoP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 간 새로운 경쟁은 시작된 것이다.
넷째, 다국적 기업의 사회적 위상 격상 :
사회 발전을 위해 다국적 기업의 네트워크와 혁신 노하우를 활용하라
이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핵심 주체가 각국 정부나 NGO 보다는 오히려 기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오늘날 전세계에 6만 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들이 존재하며, 이들 기업이 세계 GDP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다국적 기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10대 다국적 기업들의 매출 규모는 100대 소국 및 빈곤국들의 GNP를 합한 것보다 많다고 한다. 2000년대에 들어 다국적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총액은 정부차원의 공식개발원조(ODA) 액수보다 다섯 배나 더 많다고 한다.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활동 범위나 기술, 자원, 인력 등을 활용한 비즈니스 전략이 빈곤 퇴치, 환경 개선 등에 활용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고 판단된다.
◈ 기업을 재정의하다 – 지속적 기업 (Sustainable enterprise)
새로운 자본주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기업 스스로 긍정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기여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다음과 같이 변화해 왔다. 과거, 기업들은 사회 기여를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일정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충관계 혹은 법적 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비용 부담으로 인식했었다. 하지만, 제품 생산 과정에서 공해 예방을 위한 ‘그린’ 노력이 바로 품질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를 비즈니스 이슈로 다루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사이에 기업들은 지속성을 강조하는 경쟁 우위 전략 을 찾아서, 바이오 연료, 재생 에너지 등 청정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한 BoP 계층을 소비자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생산자로 시장에 끌어들여, 제품 개발, 원료 수급 및 유통 채널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기업들의 진화경로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글로벌 기업의 진화 경로 ]
이제 기업의 역할에 대한 정의가 변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기업은 ‘지속적 기업 (sustainable enterprise)’이 되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즉, 이제 기업의 역할은 ‘이윤추구와 동시에 전세계 빈곤층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키며, 종업원들에게 희망을 주고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며, 장래 후손들을 위해 지구 생태계 보전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재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번 Newsletter에서는 [이슈 2. 사업 전략의 새로운 프레임: ‘지속적 가치 포트폴리오’]를 주제로 기업이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위해서, 새롭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