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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명품 브랜드조차 추락한다

110년의 전통을 가진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인 니만마커스(Nieman Marcus)가 실적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최근 매각설에 휩싸였다. 니만마커스의 실적부진은 럭셔리업계 전반의 성과부진, 고객 세대교체의 실패, 그리고 럭셔리명품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통 플랫폼들의 등장 등이 주된 요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6년 디자이너 의류, 핸드백과 같은 럭셔리명품 매출은 전년대비 1% 하락했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겪는 매출감소인 것이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양극화 경향에 힘입어, 지난 5~10년 동안 끊임없이 가격인상의 수혜를 받아왔던 럭셔리명품 산업은, 시장의 변화를 간과해 왔고 새로운 명품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젊은 층과 디지털로 변화된 그들의 니즈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니만마커스도 2016년 기준으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고객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했고 20-30대 신흥 명품 고객의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럭셔리 전문유통업체가 각광받고 있다.

럭셔리 마켓에서 이커머스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시장이 소비자의 변화된 니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럭셔리 유통업체들은 명품업체들의 높은 가격정책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었고 디지털로 변화된 소비자 니즈를 이해하고 명품업체보다 전문적인 방법으로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감으로써 명품유통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확보해 갔다. 이제 명품업체들도 이러한 변화 트렌드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명품업체들은 온라인 유통에 전문성을 확보한 유통업체들을 인수 합병하거나 온라인 전문유통업체들에게 그들의 온라인 유통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니먼마커스가 200여개의 디자이너 컬렉션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사이트인 마이테레사닷컴(My Theresa.com)을 인수하여 유통을 온라인 영역으로 확장했고, 2015년에는 육스(Yoox)와 넷어포털(Net-a-Porter)이 합병하여 럭셔리 이커머스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토탈 이커머스 사이트인 제이디닷컴(JD.Com)이 영국의 럭셔리패션 이커머스 사이트인 파패치(Farfetch)에 투자하며 중국시장 내에서 온라인 유통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파패치(Farfech)는 최근 60억달러 IPO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높게 책정된 기업가치는 시장환경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으며, 인터넷 판매를 통한 대중적 접근은 자사 브랜드만의 독특한 이미지와 배타적 특성을 훼손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에 오랫동안 온라인 판매를 거부해 왔던 럭셔리 산업과 명품 업계에도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루이비똥, 샤넬, 구찌에 이르기까지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파패치나 YNAP(Yoox Net-A-Porter) 등 럭셔리 멀티 브랜드 디지털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그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디지털, 즉 이커머스나 명품전문 디지털 유통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럭셔리 명품시장에서도 이미 온라인 판매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럭셔리 전문유통업체의 성공요인 1 : 이커머스 비중 성장 전망.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9%에 불과했던 럭셔리 제품의 온라인 매출비중이 2025년에는 2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결과에 따라 지금까지 백화점과 브랜드 직영 부띠끄에 의존해 왔던 명품 브랜드들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럭셔리 전문유통업체의 성공요인 2 : 대중적인 가격정책. 럭셔리 유통업체들의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력셔리 업체들과 다른 가격정책이다. 마켓트랙 LLC에 따르면 니만마커스닷컴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32개 품목은 파패치닷커에서 2%가 저렴하고 마치스패션닷컴에서는 15%가 저렴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2016년 판매된 사치품 중 37%가 정가 이하의 가격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온라인의 영향으로 럭셔리명품 시장에서도 대중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럭셔리 전문유통업체의 성공요인 3 : 온라인 고객경험 창출의 전문성. 럭셔리 유통업체들은 최상의 고객 경험까지 창출한다. 더 많은 고객들이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이에 따라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줄어드는 고객을 잡기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와튼스쿨의 바바라칸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오늘날 경쟁이 치열한 유통환경에서는 하나의 유통 채널만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적어도 2가지 이상의 채널 유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바로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채널과 함께 이커머스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은 디지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들에 대한 고객들의 온라인 쇼핑 경험을 강화하는 노하우를 가진 파패치, YNAP, 매치스패션(MatchesFashion) 등 럭셔리 유통 플랫폼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플랫폼들은 아마존이나 이베이같은 기존의 온라인 스토어들과 달리, 명품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의 특성인 빠른 배송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제품을 확실히 보증할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패션잡지의 느낌이 나는 컨텐츠까지 제공해 주기 있다. 파패치는 최근 패션 트렌드나 옷을 잘 갖춰 입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YNAP는 특정 유명인에 대한 이야기나 의상, 화장품 사용법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럭셔리명품 브랜드를 사용하는 럭셔리 고객들에 걸맞는 최상의 경험을 온라인에서도 제공하는 것이다. 그 결과, 패션 유통에서 2017년 글로벌 판매 성장율은 5.8%에 불과한 반면 파패치와 YNAP는 각각 74%, 17%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이제 명품 브랜드들도 변화된 환경과 고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온라인 럭셔리 판매의 성장은, 경제상황 개선의 영향도 있겠지만 디지털로 인해 시장이 옴니채널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럭셔리명품 브랜드들이 받아들이고 이를 기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 수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또한 온라인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 럭셔리 시장에 밀레니엄 세대와 Z 세대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이들이 바로 늘 온라인에 머무르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가 최근 명품 판매성장의 85%를 설명한다고 한다. 이들은 단순히 브랜드 이름이나 브랜드의 위상을 나타내는 심볼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들에게 명품에 걸맞는 최상의 경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명품 유통에도 변화가 일고 있고 점차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고객의 세대교체가 명품 브랜드들을 움직이게 한다.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온라인 커머스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몇몇 브랜드들은 완전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루이비똥, 셀린느, 펜디, 불가리 등 누구나 아는 명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대표 패션하우스 LMVH는, 프리미엄 온라인 쇼핑몰인 24세브르(24 Sevres)를 런칭했다. 기존에는 온라인을 제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정도로 활용해 왔는데, 24세브르는 이커머스 플랫폼 형태로 온라인에 뛰어든 것이다. 디지털의 선도 브랜드인 버버리와 구찌 등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며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보고 시장환경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적극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이다. 더 놀라운 것은, 24세브르는 자사 브랜드뿐 아니라 경쟁사 브랜드 제품들까지 판매하는 오픈 사이트로서 자사 브랜드의 판매 유통채널 확장에 국한하지 않고 온라인 커머스이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LMVH는 이미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르봉마르쉐(Le Bon Marche), 글로벌 면세점 체인 DFS, 뷰티 멀티 브랜드샵이 세포라(Sephora)을 운영하면서 유통과 머천다이징의 역량을 오랫동안 다져왔다. 유통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미래 유통을 주도하려는 포석으로 보여진다. 또한 럭셔리 이커머스 분야의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24세브르는 다양한 차별화도 시도한다. 먼저 감각적인 비주얼 머천다이징에 많은 투자를 하고, 한정판 상품들을 기획, 판매할 뿐만 아니라 지방시, 페라가모 등 타사 브랜드와 배타적 콜라보를 진행하는 캡슐콜렉션(Capsule Collection)을 운영하는 등 플랫폼의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의 특성을 이용, 고객들을 인게이지시키기 위해 챗봇(Chatbot)인 Style Bot’을 활용하여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라이브 비디오 스타일링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럭셔리 명품 시장에서도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고객 인게이지먼트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디지털에서 브랜드경험을 강화하고 고객 인게이지먼트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구찌는 페이스북라이브에 패션쇼 영상을 올리고, 비주얼 컨텐트를 올릴 수 있게 웹사이트도 개조했으며, 지속적으로 고객을 인게이지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컨텐트를 포스팅하고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전년대비 42%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샤넬은 5,700만명 이상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들을 보유하고 있어 럭셔리 브랜드들 중 가장 많은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럭셔리소사이어티(Luxury Society)에 의하면, SNS에서 샤낼의 성과는, 해당 산업의 평균보다, 유튜브 고품질 영상 포스팅이 두배나 많았고 페이스북 영상 포스팅이 47%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샤넬 브랜드가 단시간 내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를 현대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온라인 영상의 강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디지털 기반의 미디어와 유통을 확보하는 것은 명품 브랜드까지도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루이비똥, 구찌, 샤넬, 랄프로렌 등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 조차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대중화된 SNS 채널을 통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해야 하고 온라인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시장조사 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Sullivan)의 추정 결과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이커머스는 전체 유통 시장의 18%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이커머스와 디지털 툴들은 럭셔리 명품업계와 관련 유통업계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유통, 고객들의 생활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제 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자 판매유통 채널이 되었다. 결국 명품 브랜드와 유통업체의 생존과 성공의 열쇠는 이커머스와 전통 유통을 조화롭게 통합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마케팅 방법과 유통방법만으로는 변화된 소비자와 시장의 니즈에 대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인습적인 사고는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으며 그들을 경쟁의 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변화하는 트렌드와 발전된 기술을 먼저 알아내고, 시대에 맞는 혁신으로 전통과 헤리티지를 재해석하여, 점점 더 커져가는 디지털 쇼핑 경험 욕구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나아가 소비자와 시장환경 변화와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 바로 럭셔리, 명품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고 명품 브랜드가 가져야 할 시대적 가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개인화된 경험을 창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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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컨설턴트 김 동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