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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아이들에게 목숨을 거는 이유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취향이나 가치에 대한 인식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소비자의 두뇌와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리고 이는 일생 동안 그들의 브랜드 선택에 영향을 주며 그들의 아이들의 브랜드 선택에 까지 지대한 영 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국 백화점, 대형마크, 인터넷 등 모든 유통채널에서는 한 바탕 전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영실업에서 만든 변신합체 장난감 ‘또봇’ 때문이라고 한다. 최신 또봇 시리즈를 구하기 위해 ‘1인당 1개 구매만 가능’하다는 조건 하에 대기번호표를 받고 수십 명의 부모들이 기다리는 일들이 벌어졌다. 인터넷에서도 가격이 3배까지 치솟 았지만 그 가격에도 ‘대한민국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의 장난감 시장을 휩쓴 것은 일본의 파워레인저와 레고 등이었는데, 2012년부터 영실업의 또봇이 매출 1위에 올랐고 2013년에는 대박을 냈다고 한다. 또봇의 성공 이면에는 어떤 마케팅이 숨어있을까?

전 세계 아이들이 처음으로 배우는 단어는 무엇일까? 엄마? 아니다.
    : 어린 시절에부터 브랜드의 뿌리를 만들어라.

뇌연구를 포함한 많은 연구들이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취향, 그 가치에 대한 인식 이 이미 7세 이전에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린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기호(taste)가 4~5세 무렵에 뚜렷이 형성된다고 한다. 아기들은 엄마 뱃 속에서 들었던 노래를 기억한다. 전 세계 아이들이 처음으로 배우는 단어가 무엇일까? 엄 마? 아빠? 아니다. 한 ‘소비자 정보 센터’의 CEO인 브라이언 어빅은 맥도널드라고 한다. 물론 영아들은 맥도널드를 정확히 발음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맥도널드 매장의 빨강, 노 랑 색깔, 지붕의 모양, 그리고 골든아치는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도 모 르게 레고의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흰색을 기억하고 이런 색깔을 접하게 될 때 레고를 떠올린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생후 6개월 정도가 되면 기업 로고와 마스코트 등의 이미지를 기억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말을 하게 되면서부터 그들이 원하는 브랜드 를 요구하기 시작하고 23개월 된 아기는 ‘코카콜라 바로 그것 뿐’ 등 로고송을 그대로 따 라 부른다.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200개 정도의 브랜드 이름을 댈 수 있고 10 세가 되면 300~400개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는 가운데 그들은 브랜드에 대한 자신들의 취향을 만들어 간다. 따라서 기업들은 인간의 취향과 기호를 상업적으로 활용 하기 위해 점점 더 어린 나이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제품과 이미지를 일찌감치 심어 둠으로써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구축하여 소비자들의 감수성을 조작할 수도 있다. “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Born to Buy)” 에서 줄리엣 쇼어는 18개월 무렵 특정 브랜드 로고를 인식하게 되는 아이들은 커서 그 브랜드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가 자신의 개성, 최신 유행 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Kentucky Fried Chicken(KFC)는 창업자인 커넬 하랜드 센더스의 인자한 할아버지 동상, 켈 로그는 호랑이 토니 등 캐릭터를 이용하기도 하고, 코카콜라의 산타클로스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숨겨놓기도 하며, 파워레인저 처럼 에니메이션 컨텐츠를 활용하기도 한다. 화장 품 업계들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이들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10대 청소년의 56%가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를 모델로 에니메이션을 만들고 만화 주인공이 조종하는 자동차는 기아자동차 의 쏘울, 포르테쿱, 레이, 스포티지 등 기아자동차를 실제 모티브로 하며, 이런 기아자동 차 모델을 토대로 장난감 로봇을 만들어 졌다. 기아자동차가 영실업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러한 협력을 허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들이 아이들에게 목숨을 거는 이유는, 먼저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알게 되거나 사용 하는 시점이 어릴수록 인생에서 더 오래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이들은 그 자체 가 마케팅 도구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장난감처럼 특히 아이들만 소비하는 제품뿐만 아 니라 아이들과 같이 소비하는 많은 제품의 구매에 아이들이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의 이 러한 힘을 ‘졸라서 사도록 하는 힘(Pester Power)’이라고 한다. 텍사스 A&M의 제임스 맥 닐 교수는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식품의 75%가 칭얼대는 아이들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 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게 되고 이는 가족 전체의 소비에 영향을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릴 때 사용했던 브랜드를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사용하던 브랜드를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 으로 사용하는 경향은 향수(Nostalgia)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소비 자들이 그들의 브랜드를 어릴 적 살던 집이나 환경, 가족의 따뜻한 추억과 연결시키려고 갖가지 마케팅 기교를 발휘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56%가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식품, 음료수, 소비재, 가정용품 등의 카테고리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사용하던 브랜드를 일생 동안 사용하고 아이에게 까지 되물림 한다.

반대로 부모의 취향이나 기호가 직/간접적으로 아이의 취향이나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가 좋아하던 브랜드를 어릴 적부터 사용하게 됨으로써 아이들도 부모들의 취향이나 기호를 따라가 해당 브랜드를 좋아하게 된다. 이를 ‘대물림 현상’이라 부른다. 연구 결과 에 따르면 이러한 대물림은 매우 일찍부터 아이들의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릴 때 부터 부모님의 취향에 따라 오렌지 주스 중에서 트로피카나를 주로 마셨다면 어른 된 이후에도 트로피카나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친숙하기도 하고 과거 어릴 적 향수를 떠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어릴 적부터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인지와 인식을 심어두면 평생 동안의 취향과 선호에 영향을 주고 그들의 자손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아자동차가 영실업의 제안을 받아들여 에니메이션과 장난감의 모티브를 기아 자동차 모델로 제공한 것은 마케팅 측면에서 명확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기아자동 차가 영실업과 어떤 계약을 체결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영실업이 매출 성과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기아자동차가 얻게 될 잠재 이익이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1980대 중 반에 출범한 프로야구 구단이 어린이 회원 모집에 몰두했던 상황, 어린이 견학을 위해 제공하는 삼성전자, LG전자의 미래 과학관,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어린이 고 객에게 투자해야 하는 이유, 애플이 많은 아동친화적인 어플들을 출시하는 이유, 담배회 사들이 10대를 공략하려는 의도는 마케팅적으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화장품 회사들 이 10대를 공략하는 것도 시장의 확대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어릴 적부터 각인시키는 효 과도 기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스스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를 돌아보자. 그 중 얼마나 많은 브랜드들이 어 릴 적 사용하던 브랜드들인가? 부모님들이 사용하시던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들을 우리 아이들도 사용하고 있는가? 어린 시절부터 브랜드에 대한 인지와 인식을 소비자들의 두뇌에 심어두어 그들의 취향과 선호 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그런 마케팅의 효과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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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컨설턴트 김 동 균